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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음악처럼 고요하고 달콤한 향기로 가득한 곳.
호수는 정말 아름다웠어요.
매일 아침이 되면 푸른 호수 위로 연꽃들이 고개를 내밀었죠.
하얀색, 분홍색,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
저마다의 빛깔로 고결하게 피어난 연꽃이 물 위에 비칠 때면 호수는 더욱 신비롭게 빛났습니다.
위대한 백련.
순백의 신성하고 위대한 그가 가슴에 품던 씨앗들도 매일 무럭무럭 자라났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소중한 나의 아이들아, 너희들은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단다. 위험천만한 여행이지만,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면 아름다운 연꽃이 될 수 있지. 잘 들어보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전해진 이야기를 들려주마.”
이 보물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과 위험이 닥치더라도 모두 넘을 수 있어. 세가지 보물은 바로 진실, 선량, 참음이라는 뜻의 ‘진선인’이란다.”
진실
선량
참음
“이 세 가지 보물이 너희를 도와줄 거야. 모두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기다릴께. 너희들 모두를 믿는다.”
씨앗 주머니가 고개를 떨구자
씨앗들은 모두 호수 속으로 풍덩 떨어졌지요.
가장 먼저 떨어진 씨앗은 생각했어요.
‘위대한 백련은 왜 우리에게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하셨을까? 물도 있고 이렇게 밝은 햇빛도 볼 수 있는데 말이야.’
하지만, 씨앗은 아래로 떨어지는 건 쉬워도
다시 위로 올라가기 어렵다는 것을 몰랐던 거에요.
깊이 가라앉을수록 물속은 어두컴컴해졌어요.
주변은 온통 진흙투성이였죠.
“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씨앗은 점점 더 깊은 진흙 속으로 가라앉았고,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어요.
씨앗이 살며시 눈을 떠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여긴 어디지? 우리 집은 어디에 있을까? 어떻게 돌아가야 할까.’
이때였어요. 혼잣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꺼억!”
기다랗고 시커먼 동물이
잽싸게 씨앗에게 돌진해왔습니다.
그것은 커다란 악어였습니다.
악어의 등에는 글씨가 적혀 있었지요.
하지만, 주변이 깜깜해 잘 보이지 않았어요.
“쬐끄만 씨앗같으니!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테니, 너에게 값진 조언을 좀 해주지.”
“살다 보면 온갖 어려운 일을 만나기 마련이다. 어느 날 갑자기 누가 툭 칠 수도 있고, 상처 주는 말을 할 수도 있지. 사람들은 언제나 기분이 나쁘거든. 그럴땐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마라! 2배, 3배로 갚아줘야 한다. 있는 힘껏 복수하고, 너의 위력을 보여줘라.”
악어의 말을 듣고 씨앗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어요.
‘그래. 그래야 할지 몰라.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무서운 곳에서 어떻게 살아남겠어?’
하지만, 씨앗은 위대한 백련의 말씀이 떠올라 침착하게 다시 생각했어요.
‘내가 만약 악어의 말을 듣는다면, 영원히 이 더러운 곳에 있어야 할지도 몰라. 악어처럼 끔찍하게 변해버릴 수도 있어.’
“맞아! 세 가지 보물!”
그때였어요.
씨앗은 위대한 백련이 전해준 비밀이 생각났어요.
너희 안에 반짝이는 강력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말야.
진실
선량
참음
‘그래! 악어의 말을 따르지 않겠어!’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어요.
보물 하나가 환하게 빛나더니
작은 씨앗을 감싸 안았습니다.
그 보물은 착하다는 뜻의 선(善)이었어요.
그제서야 보였어요.
악어의 등에 적힌 글자는 ‘악마’였어요.
커다란 그네를 탄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자,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어요.
지나온 세계가 암흑처럼 캄캄했다면, 이곳은 짙은 회색이었어요.
그래서 숨쉬가 좀 더 편해졌어요.
주위를 둘러보던 씨앗은
그 사이 자신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우와…! 내 몸에 꽃잎이 생겼어! 두 장이나! 내가 진짜 꽃이 되고 있어!”
“작은씨앗! 우리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곳의 규칙은 아주 간단해. 모두 자신을 위하고, 남 따위는 돕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라도 자기 이익만 지키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할 수 있다. 실수했을 땐 남에게 덮어씌워라. 친구와 사탕을 나눠 먹을 땐, 너가 더 많이 먹으렴. 5개 먹을 때 친구는 1개를 먹는 거지.”
무서움에 떨던 씨앗은 눈을 크게 뜨고 두꺼비를 쳐다봤어요.
두꺼비의 말은 위대한 백련의 말씀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었어요.
회색 세계에 남아서 괴물같은 두꺼비가 알려준 규칙대로 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 순간 환한 불꽃이 빛났습니다. 진실이라는 뜻의 진(眞)이란 글자였습니다.
빛은 씨앗을 감싸안더니 힘차게 위로 밀어 올렸어요.
그제서야 울퉁불퉁 두꺼비 등에 적힌 글자가 보였어요.
그것은 ‘거짓’이었죠.
씨앗이 올라간 곳은 희뿌연 세계였어요.
이제 연꽃잎은 6장으로 늘어났지요.
꽃잎이 세 배나 많아진 거예요.
유혹을 이겨낼 때마다 더 강해졌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벌레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뱀처럼 생긴 큰 벌레는 느적느적 다가오더니
씨앗을 물끄러미 쳐다봤어요.
마치 약점을 찾아내려는 것 같았지요.
악어나 두꺼비처럼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영악했어요.
벌레는 교활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너는 운이 좋구나. 너는 이제 꽃이라고 불러야 맞겠어. 우리 세계는 평화롭고 바람도 불지 않지. 어둡지도 않고 말이야. 이곳 규칙은 간단하고 쉬워. 첫째,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 굳이 배울 필요도, 노력할 필요도 없단다. 어려운 일은 피하면 된다. 둘째, 우린 친구가 필요 없어. 친구를 사귀면 기분을 맞춰줘야 하고 어려울 때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지.”
씨앗은 생각했어요.
‘물론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새로운 것을 결코 배울 수 없을 거야. 게다가 친구 없이 혼자 지내는 건 지루해. 정말 끔찍해! 안 돼!’
그때 세 가지 보물이 떠올랐습니다.
“맞아! 내겐 흐릿하고 지루한 세계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어!”
세 번째 보물은 참음을 뜻하는 인(忍).
보물은 마음속에서 활짝 피어올라 진주처럼 영롱하게 빛나더니
씨앗을 공처럼 둘러싸고는 위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햇빛은 점점 더 밝게 빛났고, 물도 점점 더 맑아졌습니다.
작은 연꽃은 점점 더 강해졌고, 줄기는 더 빨리 자랐어요.
자신감도 가득 찼어요.
회색 세계, 뿌연 세계와 멀어져 아득해지자
물과 공기의 경계도 사라졌어요.
마침내 작은 연꽃은 신비로운 연못 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위대한 백련의 목소리였어요.
“이제 너는 강하고 아름다워졌으니, 다른 이들을 도와주고 세상에 빛을 뿌릴 수 있단다.”
작은 연꽃은 연못에 비친 자신을 보았습니다.
물 위로 투명한 연꽃 한 송이가 빛나고 있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에서 많은 연꽃이 피어나고 있었어요.
어려움을 이겨낸 꽃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펼쳐냈어요.
여러분! 꽃들을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꽃이 희망으로 가득 찬 얼굴로 속삭이고 있을 거예요.
바로 이렇게 말이에요.
“너의 길을 잘 걸어가길 바래!”